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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롭 감독 체제의 새 독일 축구 출범…"전술보다 소통"

클롭 감독 체제의 새 독일 축구 출범…"전술보다 소통"
위르겐 클롭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24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DPA 연합뉴스


독일과 한국 축구는 지금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최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독일은 전통의 강호답지 못하게 32강전에서 탈락했고, 한국 역시 월드컵에서 국민 기대에 못 미쳤다.

나쁜 성적만이 공통점은 아니다. 독일과 한국 모두 축구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고, 언론의 평가도 냉정하다. 독일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분데스리가를 보유한 강국이며, 한국 역시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을 배출했다. 그만큼 실패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현재 독일축구협회(DFB)의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회장과 대한축구협회의 정몽규 전 회장은 협회의 리더십과 의사결정 과정, 국가대표팀 운영 방식에 대한 불신으로 비판받고 있는데, 이 점도 두 나라가 닮았다.

독일은 24일 국가대표 감독으로 위르겐 클롭을 선택하면서 새 바람을 예고했고, 클롭 감독은 첫 기자회견에서 전술보다 소통을 강조하는 듯했다. 클롭 감독은 쉬운 언어로 자기 생각을 솔직하고 말했는데, 팬들과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듯안 느낌을 줬다. 이것을 단순한 화법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는 국가대표 감독이 국민과 언론을 설득하는 능력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민감한 결정이 있을 때마다 설명이 부족했고,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불신이 커졌고, 어떤 결정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화술과 말발이 있는 사람들이 협회 내부가 아니라 협회 바깥에서 비판하는 위치에 있는 것도 협회가 경쟁력을 갖기 힘든 요인이었다.

클롭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독일 축구 정체성 회복을 위해 근본부터 살펴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다”, “모든 돌을 뒤집어봐야 한다”고 했는데, 이 말에는 대표팀만이 아니라 유소년 시스템과 지도자 교육, 독일 축구 전체를 함께 살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클롭 감독은 자신의 에이전트를 코치진에 합류시키는 파격적인 결정도 내렸다. 사례를 찾기 힘든 매우 이례적인 사례이지만, 클롭 감독은 “중요한 것은 함께 신뢰할 수 있는 팀”이라며 밀어붙였다. 홍명보호의 외국인 코치가 월드컵 직전에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전술을 총괄한다고 말하면서 혼란이 빚어졌던 상황을 고려하면, 조직을 장악하려는 클롭 감독의 의지를 볼 수 있다.

클롭 감독이 언론 관계에서도 명확한 원칙을 제시했다. 그는 감독에 대한 비판은 좋지만, 그것은 경기력과 축구에 국한돼야 하며, 가족이나 개인에 대한 인신 공격으로 이어지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강한 책임감도 보여줬다. 만약 모두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위약금 없이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위르겐 클롭 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24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한 뒤 축구협회장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DPA 연합뉴스


독일은 이번 월드컵 무대에서 씁쓸한 현실을 확인했다. 잉글랜드 경기에는 데이비드 베컴이 있었고, 브라질과 스페인 경기에도 두 나라의 축구 전설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반면 독일에서는 세계 축구계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스타들의 외부 활동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한국에는 박지성과 같은 인물이 있지만, 국제무대에서 국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축구 문화를 만들지 못했다.

국가대표의 경쟁력은 감독 한 명이나 선수 몇 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협회의 리더십, 지도자 시스템, 유소년 육성, 스타 선수의 활용, 언론과의 관계, 팬 소통 등이 하나로 연결돼야 한다. 감독이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독일은 클롭이라는 세계적인 지도자를 통해 다시 도전을 시작했고, 클롭 감독은 첫 기자회견에서 전술이 아니라 팬들과 소통을 강조했다.

한국 축구 역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감독 교체가 아니라 신뢰의 회복이다. 팬들에게 다가가 솔직하게 설명하고, 책임을 분명히 하며, 장기적인 비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클롭 감독 체제의 출범에서 좋은 소통은 이해를 돕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축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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